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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희곡강좌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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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메이지 대학 문과에 문예과가 생겨 일반 문예를 다루는 교육 특히, 창작 방면의 실질적 지도를 실행하게 되었다. 나 또한 희곡 강좌 일부를 하게 되었다.
 나의 전문이라고는 하나 나는 '희곡을 쓴다'는 걸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다. 따라서 그 '요령'을 남에게 전하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으나 가령 현재 '희곡 및 희곡 창작에 아는 바 혹은 느끼는 바를 서술하라'는 주문을 받으면 못할 건 없지 싶다.
 나는 이번 기회에 내 희곡론을 정리와 계통 제작, 또 가능하면 확실히 하고 싶었던 희곡가의 métier와 art, 요컨대 기술과 예술의 구별, 더욱이 희곡 제작 과정을 습관으로 만드는 작가의 천성과 그 법칙, 희곡의 전통적 분류와 새로운 장르의 결정 등 여러 문제에 접해보고 싶다. 
 그리고 다음으로 극예술가의 소질 또는 천성의 성장에 빠질 수 없는 '극적 감각 훈련'을 갖은 방면에서 꾀해보고 싶다. 이는 주로 감수성 발전에 중심을 두고 있다. 이 감수성의 유무나 강약이 희곡의 주제, 구성, 문체를 통틀어 그 가치를 결정적으로 지배하기 때문에, 관찰과 상상 두 방향에서 현실에 관심을 가지는 법과 무대적 환상(이미지)를 그리는 법을 익히게 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방법도 여럿 생각하고 있는데 가장 효과적이라 보는 건 말할 것도 없이 명배우의 연기를 직접 접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새로운 희곡을 쓸 사람이 일본에서 태어난 건 불행이라 해도 좋으리라. 하지만 따져봐도 도리 없는 일이니 이를 대신할 방법을 골라야만 한다. 현재는 이를 연구 중이다.
 사실 남에게 희곡 쓰는 법을 가르칠 시간에 스스로 좋은 걸 쓰는 게 나을지 모른다. 특히 힘이 많이 들어 쓰지 못하게 되리란 불안이 없지는 않으나 오늘날 같은 희곡 부진 시대엔 뜻을 가진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다 같이 그 싹을 기를 의무가 있다 믿는다.(193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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