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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동서문답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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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작가들을 비교한다면, 어떤 게 동양풍과 서양풍을 구분한다고 보십니까.

 동양풍과 서양풍으로 나눈다는 생각은 이해한다. 하지만 서양풍을 조금도 섞지 않는 작품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테면 쿠보 만타로 군은 순수 일본풍 작가로 여겨지는데, 쿠보타 군의 소설에는 프롤로그라는 서양말로 이루어진 제목이 존재한다. 물론 작품 중에도 미타 학문류의 서양풍이 섞여 있다. 비교적 서양풍이 섞이지 않은 작가라면 도쿠다 슈세이 씨 정도 밖에 없지 싶다.

문 카사이 젠조 씨는 어떻게 보십니까.

답 카사이 젠조 씨도 서양풍이 덜 섞인 작가 중 하나지 싶다.

문 그럼 동양풍 작가의 작품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답 난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동양풍이란 서양풍이 섞이지 않았단 뜻이다. 즉 소극적이란 말이다. 그런 걸 적극적으로 어떤 특징이 있어야 동양풍이 되는지 설명하려면 여러번 생각해야 한다. 그건 서로 귀찮은 일이니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다. 단지 도쿠다 슈세이 씨나 카사이 젠조 씨의 작품에는 관능적으로도 사상적으로도 서양인 흉내를 냈다는 식의 흔적이 적다. 그것만은 안전히 말할 수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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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풍류에 관해 의견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답 풍류라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문인이나 화가의 풍류란 일단 대낮의 놀이이다. 남화를 높이 사는 경향이 있는데, 몇몇 천재를 제외하면 대부분 하찮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그런 풍류로 놀고 싶지 않다. 내가 존경하는 일본 취미란(아까 말한 동양풍과 혼합해서는 안 된다) 히토마로의 노래를 낳고, 교쿠엔의 란을 낳고, 바쇼의 시를 낳은 정신이다. 센챠 지도나 한시인 같은 동양 취미와 같은 취급을 해서는 곤란하다.

문 사토 우하루 씨는 풍류를 감각이라 말하고 쿠메 마사오 씨는 풍류를 의지라 말하는데, 그에 관한 생각은 어떠십니까.

답 그건 감각이란 말의 뜻이나 의지란 말의 뜻을 확실히 해주지 않으면 나로서는 어느 쪽에도 기울어질 수 없다. 갖은 예술은 감각적이다. 동시에 갖은 예술은 의지적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풍류를 의지라 말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성립하는 동시에, 풍류란 감각이라는 설도 역시나 어떤 의미에서는 합치하리라. 나는 아직 두 분의 논의를 읽은 적이 없다. 두 분은 어느 정도로 감각과 의지를 다른 걸로 두어 논할 수 있었는지 보는 걸 기대하고 있다.

문 행위를 주체로 한 것과 심경을 주체로한 것간의 차별이 문예상에 존재할까요.

답 주체로 사건을 쓴 것과 심경을 쓴 것과의 차별은 있다고 생각한다.

문 그럼 사건을 주체로 한 것이 서양적이고 심경을 주체로한 게 동양적인 걸까요.

답 수호전도 창쟁이 곤자도 모두 사건이 주체이다. 하지만 역시 동양적이다. 괴테의 '방랑자의 밤노래'는 심경을 주체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서양적이다. 심경이니 사건이니 하는 걸로는 동서양의 구별을 크게 나눌 수 없지 싶다. 요컨대 작가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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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장래의 일본 문예는 어떻게 될까요. 서양적이게 될까요, 더더욱 동양적이게 될까요.

답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만약 장래에 서양인이 일본 문예를 진중하게 여기게 된다면 동양적 문예를 진중하게 여기게 되리라. 이를 테면 형용하는 말로도 '공작처럼 오만한 여자'라는 말은 일본인에겐 새로운 느낌을 주더라도 서양인에겐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 한다. 반대로 '오이촌충 같은 얼굴을 가진 여자'라는 말은 일본인에겐 별날 것도 없지만 서양인에게는 별나게 다가오리라. 하나의 형용하는 말에 적용할 수 있다면 작품 전체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다이쇼 15년[각주:1] 5월)

 

 

 

 

  1. 1926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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