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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꿈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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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에서 색채를 보는 건 신경이 지친 증거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어릴 적부터 줄곧 색채를 품은 꿈을 보고 있다. 아니, 색채가 없는 꿈이란 걸 거의 믿을 수 없었다. 실제로 나는 요전 번에도 꿈속의 해수욕장에서 시인 H・K 군과 만났다. H・K 군은 밀짚모자를 쓰고 아름다운 감색 망토를 입고 있었다. 나는 그 색에 감탄하여 "무슨 색이지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시인은 모래를 바라보며 지극히 적당히 대답했다.――"이거 말인가요? 이건 삿포로색입니다."
 또 꿈속에선 결코 후각을 느끼지 않는다 한다. 하지만 나는 꿈속에서 고무인지 무엇인지가 타는 듯한 악취를 느낀 적이 있었다. 강이 보이는, 해가 진 듯한 변두리 거리를 걸을 때의 일이었다. 또 강에는 어째서인지 목재처럼 커다란 악어가 몇 마리나 헤엄치고 있었다. 나는 그 거리를 걸으며 "하하, 이건 수에즈 운하의 입구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물론 후각이 느껴지는 꿈을 꾼 건 이때가 유일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꿈속에서도 노래니 시 따위를 만들곤 했다. 명가나 명구는 물론, 제대로 이루어진 것조차 만든 적이 없다. 그런 주제 꿈에서는 범작이 아니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또한 4, 5일 전에 꾼 꿈이다. 나는 길거리에 서있었다. 그곳에는 하나같이 촌티 나는 남녀가 수없이 많았고, 그 가운데를 작은 가마 한 대가 영차영차 끌려가고 있었다. 나는 그런 광경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시를 짓고 크게 의기양양히 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참 꼴사납게도 이런 내용이었다.――"가마 끄는 걸, 뻔히 바라보았다, 까치발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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