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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요코스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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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나는 어떤 카페의 구석에서 반숙 계란을 먹고 있었다. 그러자 사람 하나가 멍하니 내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놀라서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묘하게 축 처진 얇은 김 같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무지개

 나는 항상 석탄이 내려 앉은 공창 뒤편을 걸었다. 무겁게 내려 앉은 공창의 하늘에는 무지개 하나가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나는 발꿈치를 들어 올리듯이, 그 무지개에 코를 대보았다. 그러자――희미하게 석유 냄새가 났다.

       5분간 사진


 나는 어느 봄 오후, 어느 젊은 해군 중위와 5분간 사진을 찍으러 갔다. 사진은 금새 만들어졌다. 하지만 인화에 적힌 건 Ⅵ라는 커다란 로마 숫자였다.

       작은 진흙

 나는 어느 열둘이나 열세살 쯤 돼보이는 소녀의 뒤를 걷고 있었다. 소녀는 하늘색 정장 아래로 맨다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또 다리에는 작은 진흙이 희미하게 말라 있었다.
 나는 소녀의 다리 위에 묻은 진흙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진흙은 어느 틈엔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변해 있었다. 산맥이나 철도도 똑바로 드러내며.
 나는 이상하다 싶어 소녀를 찾았다. 하지만 소녀는 보이지 않았다. 내 앞에는 요코스카 군공항이 펼쳐져, 한 면에 삼각의 파도가 오고갈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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