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가 전시회에 갔더니 일단 시모무라 이잔 씨의 한세츠가 굉장히 뛰어나서 놀랐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뛰어난 거 이상으로 비싸기도 해서 놀랐다. 물론 이건 이잔 씨만 그런 건 아니다. 모든 선생님의 하이가에 조금씩은 놀랐다. 이렇게 말하면 선생님들의 그림을 경멸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코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되려 머리 어딘가에 하이가는 저렴한 거란 생각이 자리해 있었다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개중에는 그림 자체는 볼품없으면서 가격만 비싼 것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지독해서 누가 사면 지독한 걸 후세에 남기는 꼴이 되니 일부러 아무도 못 살 법한 높은 가격을 붙인 거라 추측했다. 단지 그런 그림이 두세 점 가량 이미 예약이 돼있는 걸 보면 누구보다도 먼저 그린 사람 자신이 유감이었을 게 분명하다.
또 구불상인 오오타니 코엔이 그림 또한 뛰어나단 것에는 감탄했다. 코엔은 "고마운지고 아버지가 입으신 구십 년 된 옷"이란 구를 지은 사람이다. 하지만 물론 그림은 아버지도 아닐뿐더러 구십 년 된 옷도 입고 있지 않다. 모두 요즘의 추위를 모른다는 양 훌륭한 표구를 착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참고품 구역에서 아사이 모쿠고 선생님의 그림을 보았다. 이건 비매품이니까 가격에 겁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많이 안전한 편이다. 하지만 그런 걸 안중에 두지 않더라도. 봉황이나 나한이 아주 잘 그려졌지 싶다. 이만큼 뛰어나고 심지어 이만큼 기품이 있는 건 정말로 탄복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나츠메 소세키 선생님의 남산송죽을 보고 같은 경의를 느꼈다. 선생님은 생전에 "나는 그림으로도 츠다가 고개 숙일만한 걸 그려낼 거야"하고 힘을 주셨다고 한다. 해서 츠다 세이후 씨하고 자주 이야기를 나누셨다는데 기교는 어찌 되었든 기품만은 츠다 씨가 고개를 숙여도 부끄럽지 않을 거 같다. 츠다 씨께서 평생 이런 문제엔 공명정대한 걸 알고 있으니 한 번 보셨으면 한다고 고개 숙여 부탁해보고 싶다.
앞에 쓰는 걸 잊었는데 메이세츠 옹의 그림도 재밌게 보았다. 옛날, 하츠우마에 이나리에 가면 토리이를 지나는 길에 곧잘 행등이 늘어져 있고는 했다. 그건 그 행등 그림을 방불케하는 점에서 굉장히 풍류가 느껴졌다.
아직 떠오르는 게 많지만 당장 일이 바빠서 이 정도로 펜을 내려놓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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