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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마음을 크게 사로잡은 건 쿠노 히키 씨의 죽음입니다. 저는 어릴 적 그분께 3년 정도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으니까요. 선생으로서, 예술가로서, 그리고 또 여자로서 여러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만 드는 생각은 아니지만 여자와 정열에 대한 생각이 듭니다. 요컨대 여자는 어쩌면 정열 탓에 지는 건 아닐까 하고. 정열은 여자를 살리고 이끌고 무언가를 창조하는 힘이 되지만 또 한편으론 이를 억누르고 제어하고 통솔할 만한 의지나 이성 같은 여자에겐 특히 필요한 게 아닐까 싶은 거지요. 정열이 생활 전체에 파멸을 가져온다는 건 무서운 일이니까요.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덕에 조금씩이라도 삶의 보람을 얻는다면 축복받은 생활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창작은 괴로움이 더 많습니다. 사람에 따라선 여자는 결혼하지 않고선 진짜 인생을 모른다, 따라서 창작도 진짜배기가 되지 못한다 하고 말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 그 자체에는 큰 가치가 없습니다. 아주 자그마한 경험으로도 여러 가지를 상상하고, 추리하고, 관찰하면 놀라울 정도로 커다란 인생을 볼 수가 있으니까요.
(19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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