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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나 류이치3

다이쇼 12년 9월 1일 대지진에 관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대지진 잡기 하나 다이쇼 십이 년 팔 월, 나는 일유정과 가마쿠라에 가서 히로나야 별장의 손님이 되었다. 우리방 처마 끝에는 덩굴시렁이 이어져 있었다. 또 덩굴시렁 잎 사이로 힐끔힐끔 보라색 꽃이 보였다. 팔 월의 등나무 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뿐일까. 화장실 창문으로 뒤뜰을 보면 수없이 겹친 황매화 나무도 꽃을 달고 있다 황매화 나무 향하는 햇살 담은 당목 지팡이 일유정 (주, 일유정은 당목 지팡이를 짚고 있다.) 또 신기한 건 작은 정원 연못에 붓꽃과 연꽃이 서로 겨루기라도 하듯이 피어 있었단 점이다. 잎이 갈라진 연꽃잎과 활짝 핀 붓꽃이구나 일유정 등나무, 황매화, 붓꽃이 모이니 이게 참 예사 일이 아니다. "자연"서 발광할 기미가 보이는 건 의심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나는 그 후로 누굴 .. 2021. 11. 22.
아이의 병――일유정에게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츠메 선생님은 붓글씨를 담은 족자를 보고 혼잣말처럼 "쿄쿠소구나"하고 말했다. 낙관을 보니 확실히 쿄쿠소 우가이였다. 나는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 "쿄쿠소는 탄소의 손자죠? 탄소의 자식은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하고 말하자 선생님은 곧 "무소夢窓일 거야"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불쑥 눈이 떠졌다. 모기장 안에 방안의 전등 빛이 들어온다. 아내는 두 살 먹은 남자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는 듯했다. 아이는 물론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쪽에 등을 돌린 채로 다시 한 번 잠에 들려고 했다. 그러자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안 돼, 타카. 또 아프면 안 돼." 나는 아내한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네, 배가 조금 아픈 모양이에요." 이 아이는 장남에 비하면 병에 쉽게 걸리는 편이었다. "내.. 2021. 8. 19.
내 친구 두세 명-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1 오아나 류이치 군(괜히 '군'을 붙이는 것도 우스울 정도다)은 나보다 어리다. 하지만 오아나의 일처리는 비범하다. 만약 내 이름이 남는다면 내 작품의 작가로 남기보다도 오아나 군이 디자인을 한 책의 작가로 남으리라. 이건 오아나 군에게 아양 떠는 게 아니다. 세간에 겸손을 떠는 건 더더욱 아니다. 조형 미술과 문예의 차이를 생각하여 하는 말이다.(문에라는 건――특히 소설이란 삼백 년 지난 후에는 쉽사리 통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지진이나 대화재로 오아나 군의 그림도 불타버리면 이번에는 되려 오아나 군의 이름 또한 나와 나눈 인연 덕에 남으리라. 오아나 군은 신경질적이다. 이따금 용맹한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하지만 결코 호방한 성격의 소유주지는 않다. 하지만 해학적 정신은 적잖이 갖추고 있다. 나는 언.. 202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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