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여름 어떤 산간 온천 거리에서 어쩌다 그 마을 청년 제군으로 조직된 한 신극단의 시연을 관람할 기회를 얻었다.
물론 이 극단은 연극 이외에도 키소오도리나 이나오도리 같은 향토 예술도 소개하였으며 그런데다 검무까지 해내었다.
상연한 연극은 키쿠치 칸의 '아버지, 돌아오다', 야마모토 유조의 '젖먹이 죽이기', 그리고 '칸자키 요고로 동하하다'와 희극 '수다스러운 꼬맹이' 네 작품으로 덧붙이자면 제목을 알 수 없는 판토마임 두 개도 있었다. 개막에 앞서 그날 밤을 권해준 온천여관 주인 H군은 정장 자락을 매만지며 무대 앞에 서 경찰이 연극을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 모처럼 모여주셨으니 결행하겠다. 단 춤이 주최이며 연극은 여흥이란 명분이니 그런 건 잘 알아두시라. 만약 경찰이 뭐라고 따진다면 책임은 전부 자신에게 있다며 비장하며 애교 섞인 인사를 했다.
관객석은 여관 손님, 대여 별장 손님, 주위 피서치에서 산책 겸 나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무대 뒤에선 아까부터 북소리가 들리나 시간이 지나도 막이 열리려 하지 않는다.
내 뒤에서 이런 이야기가 들린다.
――나카무라 키치조가 ○○○에 와있다는데. 오면 좋았을 텐데.
――시오미 요도 오늘 아침 도착했다는데.
오호라. 변경된 프로그램은 먼저 키소오도리였다. 원진을 짠 젊은이들이 괴이한 손놀림 반놀림으로 단조로운 리듬을 반복하며 유카타를 입고 호오카부리가 카키 바지와 나이트캡 사이에서 자랑스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춤추는 이야기는 그쯤하고 드디어 진짜 목적인 연극이다. '아버지, 돌아오다'가 막을 열었다.
관객석 곳곳에서 쿡쿡 웃음소리가 터졌다. 켄이치로(형)을 연기한 배우가 원망스럽다는 양 이쪽을 본다. 어머니는 웃음을 눌러 죽이고 동생은 주름을 잡은 채 목소리를 높였다. 구경꾼들은 참지 못하고 야유를 날렸다. 동생이 들어온다. 이는 무난한 정도가 아니라 도쿄로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로 너무 꾸미지 않은 채 참으로 자연스러웠다. 그런 자연스러움은 배우 중에서도 쉽게 흉내 내지 못하리라.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돌아온다. 이 아버지 또한 제법 그럴싸한 인물로 쉽게 볼 수 없다. 단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부끄러움이 많아서 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는 양 긴장하여 아들들을 신경 쓰는 건지 구경꾼 때문에 기가 죽은 건지는 몰라도 문제가 많았다.
'젖먹이 죽이기'는 순사인 여동생이 일어나는 박자에 햇살에 탄 남자 허벅지를 드러내는 실수로 관객들은 환멸 할 수밖에 없었으나 철두철미하게 관객에게 등을 돌리고 있던 노력이 빛을 발해 큰 문제 없이 무사히 파출소로 끌려갔다.
'칸자키 요고로 동하하다'는 정말 보기 드문 연극으로 주정뱅이 바구니 장수가 홀로 신이 나서 요고로는 표정 연기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굴다 넋이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가부키를 즐기는 도심 아가씨들은 이를 웃지 않으면 체면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한 건지 몸을 둥글게 만 채로 어깨만 움찔거렸다.
내가 그날 밤의 걸작이라 생각한 건 희극이라 이름 붙인 촌극 '수다쟁이 꼬맹이'가 아니라 실은 검무 뒤에 즉흥시에 맞춘 판토마임이었다. 내가 이에 이름을 붙이자면 '빈곤한 서생의 산책'――가사가 기억나지 못하는 건 아쉬운 일이나 어찌 됐든 빈곤한 서생이 공부에도 질려 주린 배를 붙들고서 하룻밤 동안 달빛 드는 거리를 산책한다. 씻지 않은 머리, 더러운 옷, 손에는 쓰레기장에서 주운 듯한 나무 지팡이. 그런 게 어깨를 흔들고 발소리를 내며 시 소리와 함께 나타난다. 용맹한 듯 어딘가 비참한 사람이다. 문득 길가에 무언가 빛나는 게 떨어져 있다. 스틱 끝으로 살짝 짚어 본다. 좋은 것이다! 몸을 굽혀 그걸 줍는다. "……달빛에 비춰보면 은화인 줄 알았던 건 맥주병 뚜껑이었다……" 그런 노랫소리를 따라 서생은 원망스럽다는 양 그걸 던져버린다. 이윽고 또 무언가를 발견한 듯하다. 이전과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이번에는 '옥비녀인 줄 알았더니 말린감씨였구나……"
지나친 과장이 없고 너무 홀로 놀지 않으며 미묘한 표정과 움직임에서 저절로 유머가 드러나 훌륭히 관객의 턱을 풀어줬다. 다음 막, 야키부시에 맞춘 진장 푸기의 판토마임은 야만스럽기 짝이 없는 속됨에 휩쓸려 저속한 유머만 반복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여하튼 당시 연극 중 대부분은 배우가 마음고생이 심해 움찔움찔하는 건 실패할 불안에 휩싸였기 때문이며 늘 유쾌하게 해내는 사람은 뭐라도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해도 좋다. 힘이 지나치는 슬픔을 여기서 다시 느꼈다.
아마추어 텐구의 뻔뻔함도 없으며 예술가인 체하는 무거움도 없이 비에 질린 여름밤을 즐겁게 해준 극단의 고생하는 감사하는 바이나 한 마디 요청을 허락해 준다면 이런 종류의 아마추어 극단은 소위 직업적 배우의 진부함을 나무라지 말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발휘해 자유롭게 공상의 날개를 펼쳐 탈선과 파탄을 개의치 않고 크게 즉흥적 효과에 기대어 아낌없는 표현욕의 만족을 꾀해야만 한다. 태어날만해서 태어난 고대 예술의 유유한 원시적 매력을 상상해 보라.(1928년 10월)
'고전 번역 > 키시다 쿠니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장소, 사람' 후기 - 키시다 쿠니오 (0) | 2022.11.21 |
---|---|
상연료 이야기(프랑스) - 키시다 쿠니오 (0) | 2022.11.20 |
'신일본문학전집 3권 키시다 쿠니오' 후기 - 키시다 쿠니오 (0) | 2022.11.18 |
쇼와 10년도 극단계의 방침 - 키시다 쿠니오 (0) | 2022.11.17 |
쇼와 10년도 극단계의 방침 - 키시다 쿠니오 (0) | 2022.11.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