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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

봄낮 - 다자이 오사무

by noh0058 2022.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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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1일.
 코후 구석에 일단 둥지를 틀고 어서 도쿄로 돌아가고 싶다 바라보지만 마음 같지 않았다. 벌써 반 년 가량이 지나버렸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 아내와 동생을 데리고 타케타 신사에 벚꽃을 보러 갔다. 어머니께도 권했지만 어머니께서는 속이 좋지 않아 집에 머무르셨다. 타케다 신사는 타케다 신겐을 모시는 곳으로 매년 4월 12일에 대제가 열리며 그쯤에는 경내의 벚꽃이 만개한다. 4월 12일이 신겐이 태어난 날인지 죽은 날인지 아내도 동생도 자세히 설명해주었지만 내게는 의아하게 느껴졌다. 벚꽃 만개일과 태어난 날이 이렇게나 딱 맞는 게 어쩐지 수상했다. 너무 그럴싸한 이야기다. 신주 씨가 짜맞춘 게 아닐까 의심스러워질 정도다.
 벚꽃은 흘러넘칠 정도로 꽃피워 있었다.
 "피었구나, 피었어."
 "아니, 피지 않았구나, 피자 않았어."
 "아니지. 피었구나, 피지 않았구나."
 다 같이 웃었다.
 축제 전날이란 청결하며 생기가 넘치면서도 조용한 긴장감이 있어 좋다. 경내는 먼지 하나 머물지 않게 잘 닦겨 있었다.
 "전람회 초대일 같네. 오늘 오길 잘 했는걸."
 "나는 벚꽃을 보면 개구리알이 뭉쳐 있는 거 같아서――" 아내는 풍류가 없었다.
 "그건 안 좋네. 괴롭겠어."
 "응, 정말 곤란해. 되도록 떠올리지 않으려 하는데 한 번 그 알이 뭉쳐 있는 걸 봐버려서――떨어지지 않아."
 "나는 식염산이 떠오르는데." 이 또한 별로 풍류 좋다고는 못 하겠다.
 "개구리 알보다는 좋지." 동생이 자기 의견을 말한다. "나는 새하얀 종이가 떠오르는걸. 벚꽃에는 냄새가 없잖아."
 냄새가 있을까 없을까. 멈춰 서서 잠시 조용히 있었더니 냄새보다 먼저 등에의 날개 소리가 들렸다.
 벌꿀의 날개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4월 11일의 봄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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