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모님이 고쇼가와라에 계셔서 어릴 적에 자주 놀러갔습니다. 아사히자의 무대도 보러 갔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분명 토모에몬이었을 겁니다. 우메노요시베를 보고 울었습니다. 회전 무대를 난생 처음 보았을 때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 설 정도로 놀랐습니다. 이 아사히자는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재로 전소했습니다. 그때의 불꽃이 카네키에서 똑똑히 보였습니다. 영사실에서 불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던 초등학생이 열 명 가량 죽었습니다. 영사기사가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과실상해치사란 죄명이었습니다. 어린아이임에도 어째서인지 그 기사의 죄명과 운명만은 잊을 수 없었습니다. 아사히자란 이름에 '불(히)'이 들어가 탄 거란 소문도 돌았습니다. 스무 해도 더 된 일입니다.
일곱인가 여덟 되었을 때 고쇼가와라의 북적거리는 거리를 걷다 도랑에 빠졌습니다. 꽤나 깊어서 물이 턱까지 찼습니다. 삼 척 가량은 되었던 거 같습니다. 밤이었죠. 위에서 남자가 손을 뻗어주기에 그걸 붙잡았습니다. 올라오니 사람들이 보는 와중에 옷이 벗겨져 정말로 곤혹스러웠습니다. 마침 헌옷집이 있어서 그 가게의 옷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여자아이용 유카타였습니다. 오비도 녹색 헤코오비였습니다. 정말로 부끄러웠습니다. 숙모님께서 깜짝 놀라 달려오셨습니다.
저는 숙모님께 이쁨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저는 남자 답지 못해서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고 홀로 동떨어져 지내고는 했는데 숙모님만을 저를 멋진 남자라 말해주셨습니다. 다른 사람이 제 기량을 나쁘게 말하면 숙모님은 진심으로 화를 내셨습니다. 전부 먼 기억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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