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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의 기억 중 하나.
평소처럼 책상 앞에 앉아 있자니 12시를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12시에는 반드시 잠들기로 하고 있다. 오늘 밤도 먼저 책을 덮고, 내일 앉자마자 바로 일할 수 있도록 책상 위를 정리한다. 정리라는 게 대단한 일은 아니다. 원고지와 필요한 서적을 하나로 뭉쳐두는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각로의 불을 정리한다. 항아리병에 주전자의 물을 붓고 그 안에 불을 하나씩 넣는다. 불은 점점 검어진다. 잿소리도 점점 울린다. 수중기도 모락모락 올라온다. 어쩐지 즐거워진다. 무언가 덧없는 느낌도 든다. 잠자리는 작은방에 깔아두었다. 작은 방도 서재도 2층에 있다. 자기 전에는 반드시 아래로 내려가 소변을 본다. 오늘 밤도 조용히 2층에서 내려간다. 가족들의 눈에 들지 않도록 되도록 조용히 2층을 내려간다. 아래층 작은방에 불이 들어와 있다. 아직 누가 일어나 있다. 누가 일어나 있는 걸까. 앞을 지나며 보니 예순여덟 되신 큰어머니께서 홀로 낡은 옷감을 만지고 계셨다. 살짝 빛나는 견면이다.
"큰어머니." 그렇게 부른다. "아직 안 주무셨어요?"하고 묻는다. "그래, 이거만 하고 자려고. 너는 이제 잘 거지?"하고 대답한다. 화장실 전등은 들어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어두운 채로 소변을 본다. 화장실 창밖에선 대나무가 자라고 있다. 바람 부는 밤에는 잎이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밤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추운 밤에 사로잡혀 있다.
솜 넣기에도 손이 곱아 어려운 겨울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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