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가디슈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관람하실 분은 주의 부탁드립니다.

 

생각지도 않게 본 영화

 

　며칠 지나도 계속 생각이 나는 게 좋은 영화를 봤지 싶다.

　사실 보고 싶어서 본 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 7월에 이미 영화를 두 개나 보기도 했고, 본래 목적이었던 VIP 포인트도 다 채워 놓은 상태였다. 전작이 하필 군함도인 것도 컸다. 아마 나 혼자였으면 분명 보지 않았을 터이다. 다만 엄마가 실화 기반 영화를 꽤나 좋아한단 이유로 같이 보고 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작 이렇게 좀 하지 정도일까. 요는 군함도 탓에 불안했던 게 깔끔히 씻겨 나갔단 뜻이다. 생각지도 않게 리뷰랍시고 못난 글 덩어리를 짜내고 있을 정도이니 오죽할까. 혹여 이 못난 글로도 궁금해지는 사람이 생긴다면 영화관에서 내리기 전에 감상해 준다면 고마울 것 같다.

　영화의 줄거리를 단적으로 축약하면 'UN 가입 승인을 위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파견되어 있던 대사관들이 소말리에 내전에 휘말려 생존하고 탈출하는 이야기' 정도 되겠다. 달리 옆 길로 샐 일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변도로 관철하고 있다.

　하물며 캐릭터들마저 배경이 뚜렷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전적으로 지금의 생존에 집중한다. 이는 마치 가지치기가 잘 된 뚝심 있는 나무 하나를 연상케 한다. 누군가는 살기 위해 남을 속였다. 누구는 살기 위해 봉기했다. 누군가는 살기 위해 도망쳤다. 우리의 갖은 것들은 생존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지는가?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관객 또한 자신의 생존을 돌아보게 된다.

 

살아야 했던 사람들

 

　모가디슈 속 생존의 대전제란 물론 모가디슈에서 살아서 탈출하는 걸 말한다. 반군과 정규군의 총부리가 양쪽에서 뻗고, 화염병이 거리를 나뒹굴고, 믿을 사람 하나 없으며, 돈은 휴지조각이 되어 식량조차 구하기 힘든 극한 상황 속 생존 말이다.

　이렇게 주인공을 옭매는 극한 상황은 위기감과 긴장감을 주기엔 좋지만 와닿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관객은 혼자 둔 채 상황과 주인공만이 신나서 서로 짝짜꿍을 하는 그런 경우 말이다. 모가디슈는 실화라는 강점이 있긴 하다. 누군가는 실제로 겪은 이야기. 그렇게 생각하면 좀 더 몰입은 쉬워지나 대부분은 약간의 어드벤티지 정도로 그칠 뿐이다.

　때문에 모가디슈는 여러 방면의 생존을 담아 보여준다. 본격적인 내란이 시작되기 전, 얼핏 중요해 보이지 않는 UN 가입을 둘러싼 로비전에 제법 긴 시간을 할애한다. 볼 당시에는 '시작이 늦다' 정도의 감상이었으나 돌이켜 보면 의미가 보인다. 남한과 북한의 로비 또한 생존의 일환이다. '상대보다 잘 살고 뛰어나지 않으면 언젠가 먹히고 만다'는 생존. 우리는 그러한 생존 경쟁의 의미의 결과를 모르지 않을 터이다.

　한 편으로 북한의 로비에 물을 먹은 주인공은 앞으로의 처우를 걱정한다. 이는 소위 '먹고사니즘'의 생존이다. 비슷한 타이밍에 북한이 주는 빵을 위해 남한 대사관들의 차를 털이 한 소말리아 아이들의 모습도 대비되기에 더욱 인상전이다. 남한도, 북한도, 소말리아도 내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생존 중이었던 셈이다. 영화 속 생존은 그렇게 우리에게 한 발짝 쑥하고 들어온다.

　그렇게 영화는 생존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켜 간다. '살기 위해 자존심과 불리함을 무릎 쓰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 간 북한 대사관', '혹시 모를 실속과 정이 뒤엉켜 마지못해 받아 준 남한 대사관', '호돌이 앞에서 눈을 가려야 하는 아이들', '보호받는 북한 아이들과 총을 들고 일어서야 했던 소말리아 아이들' 등등.

　하물며 이념이나 사상 따위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이 나오는 이상 피할 수 없는 그 담론마저도 영화는 생존의 밑거름 삼아 교묘하게 피해 간다. 눈앞에 총알이 오가고 배가 고픈 마당이다. 먹지도 마시지도 못할 사상 쪼가리, 이념 쪼가리가 무엇이 그리 중요할까? 그러한 사상과 이념을 한데 엮은 책으로 차를 중무장하는 광경은 애잔한 한 편으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끝내 그들이 우정을 내려놓은 채 눈을 돌려야 했음을 생각하면 더더욱.

 

생존의 한 가운데에서 서보고 싶다면

 

　이처럼 영화는 일관적으로 생존이란 화두를 던진다. 우리의 세계에는 얼마나 다양한 생존의 종류가 있는가. 그러한 생존 앞에서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 온 갖은 것들은 얼마나 무력한가. 영화관을 나올 때쯤이면 자신의 생존 또한 한 번쯤은 돌아보게 된다. 모가디슈가 단지 혼자 앞서 나가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과 함께 갈 수 있는 동반자 같은 영화인 이유기도 하다.

　자신은 어떠한 생존을 하고 있을까. 생존을 위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자신은 어디까지 잘라낼 수 있을까. 영화는 그 척도를 확인해 볼 기회가 되어준다. 얼핏 불필요할지 모르는 그 척도도, 당신이 새로운 종류의 생존에 맞닥뜨리는 그 순간에 빛을 발할지도 모를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