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헤이 작 묵란도 한 점, 시바 코칸 작 추과도 한 점, 센가이 작 종귀도 한 점, 아에세키의 류음호도도 한 점, 소쵸, 쵸라, 쇼쿠산, 소바쿠, 오츠지의 자영을 적은 게 각 한 점씩, 코센, 에린, 텐유의 서도가 한 점씩――우리집이 소유하고 있는 건 이게 전부이다. 그 외에 작은 어머니의 시댁의 카노 쇼교쿠의 소남공도가 한 점, 우리 양어머니의 아버지인 카우이의 아버지 류치 작 복록수도 한 점 등이 있는데 이는 우리 가족을 위해 만든 것이기에 드물게 벽 위에 걸어두고 있다. 도기를 페르시아, 그리스, 와코, 신라, 남경고적화, 고려백자 등을 가지고 있는데 후루타 오리베의 각발 이외에는 대단한 건 아니다. 골동품을 사랑하는 세상 사람들이 보면 아마 비웃음을 참기 어려울 테지. 내가 그리스도 이야기를 쓰는 걸 보고 소위 '남만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을 거라 착각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나는 몇 권의 고서 이외에 마리아관음을 하나 지닌 것에 불과하다. 만약 나를 수집가라 부른다면 온 세상 사람들이 수집가가 될 테지. 하지만 내 친구 중에 오아나一일유정이 있다. 만약 갖은 시대의 작품을 얻고 싶어 한다면 그 화가처럼 고개를 푹 숙일 수 있을 정도로 해야 하리라. 미래의 골동품 작가를 옆에 둔다는 건 어쩌면 골동품을 지니는 것보다 행복한 일일지 모른다.
골동품은 과거 사람의 작품이다. 과거 작품을 사랑하는 게 꼭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무로우 사이세이가 도기를 사랑하는 걸 보고 그 사랑에 공감하는데 일 년 반이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서화나 전각을 사랑하는 건 오아나一일유정에게 빚진 게 많다. 어렵지 않게 골동품을 사랑하는 세상 사람을 보면 나는 스스로의 어리석은 성미를 한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장을 통해 우는 수집가의 수집품을 보면 하나같이 골동품이라 부르기엔 부족하다. 단지 무로우 사이세이의 수집품은 저절로 수집가의 사랑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훌륭한 골동품만 모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평범한 사람이 보기엔 미칠 도리가 없다.
또 나는 시키의 탄자쿠나 나츠메 선생님의 서도 등 가까운 시대의 작품도 모으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아직 골동품이 아닐 테지.(반쯤 골동품이라 하더라도) 단지 가까운 시대의 작품 중에서도 "엣사이"나 "호메이키잔" 등을 새긴 하후무라 조로쿠는 살짝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만한 골동품에 가깝지 않을까. 우리 집의 골동품에 부족한 점이 바로 위에 적은 것과 같다. 나를 보고 "골동품 애호가"라 부르는 누군가의 손바닥을 철썩철썩 내리치며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단지 나는 골동품을 사랑하고 골동품이 나를 황홀하게 한다는 걸 안다. 저렴한 골동품의 가격을 높이면 낙찰은 될 수 없더라도 골동품을 사랑하는 나의 호사스러움은 자랑할 수 있으리라. 문장을 쓰고 여인을 사랑하고 또 골동품을 가지고 노는 나의 임금 놀이의 즐거움을 어찌 알겠는가. 이대로 죽는다면 그 또한 행복한 죽음이라 할 수 있을 테지. 비가 내린 후 꽃이 떨어지는 걸 보고 새가 우는 걸 듣는다. 정신이 아주 맑다. 곧장 펜을 들고 '우리 집의 골동품'이란 글을 남긴다. 만약 훗날 우리집의 골동품 목록에 낄 수 있다면 기쁘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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