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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독서노트] 배정원의 사랑학 수업

by noh0058 2024.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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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책

 

 이래저래 심리학책의 힘을 많이 빌린 해였다. 이유야 뭐, 블로그를 꾸준히 쫓은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알 것이라고 믿는다. 내년에는 어떨까. 일단 내 심리 속에 커다란 한 발짝은 남겼다는 인상은 있다. 계단을 올랐다, 라는 명백한 감각은 있는 셈이다. 마침 지금 읽고 있는 것도 (간만의) 픽션이기도 하니, 어쩌면 슬슬 다음 계단으로 올라도 좋을지 모르겠다. 단지 심리학 자체에는 계속 관심이 가고, 사람이란 게 한 번에 성장할 리도 없는 데다 성장이 다시 뒤로 돌아가는 일도 빈번하다. "이런 책이 재밌고 힘이 되었다"는 인식 정도는 챙겨둬도 괜찮을지 싶다. 요는 서점에서 평소 돌아보는 코너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발전이라 불러도 좋을 테지.

 이 책은 어떨까. 타이밍을 조금 놓쳤다는 느낌은 있다. 대략 9개월 ~ 6개월 전, 대충 연애 초기에 봤으면 더욱 도움이 됐으리라 믿는다. 대충 이런 책들 읽고 있을 시기 말이다. 특히 중반부는 이전에 독서노트로 작성했던 '밤의 숨소리'와 겹치는 부분은 많은 반면 깊이가 얕기 때문에(물론 밤의 숨소리는 그걸 위한 책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얄팍한 복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또 후반부에서는 살짝 공감이 되지 않는 이야기도 제법 섞여 있던 편이고.

 단지 초반부는 확실히 피과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도 많았던 거 같다. 연애가 작동하는 원리, 서로 피하고 조심해야 할 일, 슬픔을 겪고 새로 일어서는 법 등등등. 확실히 대학 강의로서 왜 인기인지도 알 법하다. 내 대학 시절을 회상해보면 있다고 수강신청할 법한 강의는 아니었다는 점만 빼며는.(돌이켜보면 여러모로 아쉬운 대학 생활이었다.) 물론 이제와서 돌아갈 수나 있을까. 이제라도 배웠다, 는 점에 방점을 둬야겠지.

 

배정원의 사랑학 수업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된다. 내가 사람을 만날 때 집착하는지, 자신감이 없는지, 질투가 많은지, 결정 장애가 있는지, 이타적 또는 이기적인지를 연인이라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알아채는 것이다. 사랑과 연애만큼 나를 잘 알게 해주는 것은 없으며, 실연의 경험조차 결국 '나'라는 사람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프롤로그, 5p.

 

고찰점: 이것만은 확실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닌 게 아니라, 연애 한 번으로 나의 집착, 나의 자존감 여부, 나의 질투 모두 알게 되었으니까. 특히 집착과 질투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인 듯했다. 자존감은 꽤나 있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고. 다행인 건 알게 되었다는 점이고, 그걸 책이나 여러 방법으로 극복해보려 노력했다는 점에 있을까. 아직 성장 중인 탓에 전부는 닦아내지 못했지만, 점차 좋아지리라 믿는다. 지금 이 과정 또한 그렇고.

 

어떻게든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훨씬 능숙하다.
나의 해결 방식을 돌아보자, 89p.

 

고찰점: 올해에 한 번인가 부모님과 크게 싸운 적이 있다. 서로 목소리도 높였고, 사람들 다 보는 와중에 울고 짜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너무 아깝지만) 시켜놓은 고기를 반도 먹지 않고 가게에서 뛰쳐나오기까지 했다. 아아, 나의 양념갈비가!

 하지만 이래저래 잘 마무리가 되었다. 그날 오후, 그러니까 내가 자취방에 돌아갈 적에 아재가 내 손을 잡고 전철까지 배웅해주며 말했다. "가족이니까 싸우기도 하는 거라고". 덕분에 이래저래 며칠 안 가서 잘 해결되기는 했다. 아마 나는 그 방식을 흉내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라고 온전히 성숙하지는 못해서, 내 잘못된 성격 정도는 알고 있다. 무언가 빈정 상하는 일이 있을 때, 아닌 척 비꼬는 경향이 있는 게 탈이다. 그럴 생각은 있지도 않으면서 안 해도 된다느니, 짠순이라고 하느니 은근히 그 아이를 궁지에 몰아넣는 식이다.(당사자가 어떻게 느낄지는 몰라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줄였다고 생각도 하는데 잠깐 방심하면 좀 툭하고 튀어나오고 만다. 사실 지금도 살짝 가슴에 응어리진 게 있기는 하다.

 문제가 있다면 연말이라는 정도일까. 잘 마무리하고 연초 들어서 만났을 때 각 잡고 한 번 이야기를 해두고 싶다. 이제까지 잘 해결했으니 앞으로도 잘 해결해내리라 믿는다.

 

청춘은 좀 더 실수하고 실패해도 되는 시기이다. 사랑도 인생도 여러 방면으로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자기다운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젊어서 실수를 많이 해 본 사람이 더 단단한 인생을 살기도 한다. 그러니 많이 웃고 짧게 슬퍼하길!
에필로그, 367p.

 

고찰점: 사실 나는 완벽주의적 경향이 조금 있는 편이다. 다행인 건 정말 심했을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는 점일까. 당연하지만 여러 실패와 실수 덕이기도 하다. 소설만 해도 장대하게 깨지고 나서야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느끼는 건 완벽주의를 버린 지금이 훨씬 살기 좋다는 것이다. 그런 마당에 더욱 나의 실수에 관대해지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살기 쉬어지랴. 그렇다면 따라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거 같다. 사랑도 인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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