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
지식이 짧다는 건 언제나 참 창피한 일이죠.
뱅크시. 이름은 유명해서 방송 등에서도 여럿 듣지만…
아는 거라고는 뭐 거리에서 싸게 팔다 나중에 뱅크시인 걸 알리니 폭등했다.
경매에서 얼마에 팔렸는데 파쇄기에 갈았더니 더 비싸졌다.
같은 돈돈돈 이야기 뿐.
다녀와서 참 느낀 거긴 하지만…
참 뱅크시의 취지에 걸맞지 않은 일화만 기억하고 있네요.
하기사 뱅크시도 그런 취지를 알리기 위한 의도로 그런 일을 하는 걸 테지만요.
그런 말을 그나마의 위안 삼아 봅니다.
사실 전시 자체가 딱히 알고 간 건 아닙니다.
지인이 간다길래 어쩌다 보니 쫄래쫄래 따라간 정도.
뭐, 중요한 건 계기가 아니라 그 안에서 무얼 느끼는가, 하는 거겠죠.
그런 의미에서 평소와 참 어울리지 않는 전시회 리뷰.
한 번 시작해 봅니다!
리얼 뱅크시
여친님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이런저런 전시회에 가고 있는데...
이 정도로 규모가 큰 전시관은 처음 가는 거 같네요.
3층짜리라니 들어갈 때부터 살짝 신기해집니다.
사전 지식 하나도 없이 보는데도 직관적으로 알기 쉬운 작품 내용들이더라고요.
저항을 고귀하게 묘사한 듯한 그리스상 패러디나, 말 잘 듣는 소녀처럼 꾸며진 헬기 등등.
맨날 TV 가십 프로에서 가격이~ 퍼포먼스가~ 하는 것만 듣다 실제 전시를 본 거니까요.
스스로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보인 익숙한 심슨.
제목이 심슨이었는데 다른 영상인지 그 뒤의 영상인지…
영 심슨 같지 않은 게 보이더니 이내 익숙한 심슨이 나오더라고요.
영상은 인터넷에서 본 듯한 노동 착취 하청 현장과 중국의 상품 생산 현장.
본 적 있는 영상이긴 했지만 뱅크시가 참여했단 건 몰랐던지라 놀랐습니다.
디즈멀 랜드입니다.
이 역시 가십 프로그램에서 주워만 들었지 이런 내용인 줄은 처음 알았네요.
주워 들은 걸로만 알고 멀쩡한 지식은 없는 슬픔이랴.
단지 디즈멀 랜드 자체는 B급 호러 정도 밖에 안 되는 느낌이라 발상 말고는 크게 와닿지 않더라고요.
피터팬(하필 피터팬인 거겠죠, 분명) 대사를 비꼰 건 확실히 통렬하지 싶었지만.
올라가는 계단이 그래피티로 꾸며져 있더라고요.
어쩐지 다들 올라가는 게 느리더라니.
파쇄기에 갈려서 더 비싸졌다 운운.
이거야 원 가십에서 벗어날 수가 없네요.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컨셉이다 싶었던 녀석입니다.
UHD TV 같은 건 대체 뭘까 싶기도 해서…
그리고 자본주의 타도를 울부짖는 펑크들이 티셔츠를 줄 서서 사고…
펑크한 인상의 형아가 아주 진지하게 이케아 상품을 보고.
확실히 재미난 착안점이지 싶었습니다.
아래에도 쓸 거지만 이 전시와 저 자신도 별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3층에 이르러 볼 수 있는 뱅크시(?).
저 지점이 포토존으로 쓰이고 저희도 마침 딱 저기서 사진 찍은 거 생각하면…
놀아나버린 듯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전시의 궁극적 결론인 듯한 문구.
수동적인 영역에서 자본과 권력에서 휘둘리지 말고 나아가 스스로 행동하라.
……라는 걸 대형 자본이 들어간 전시관에서 보고 있네요 ㅋㅋㅋ.
뭐, 그런 아이러니 조차 유도된 바일 테니까요.
잘 새겨둬야겠죠.
그리고 등장하는 반드시 찾지 않고서는 나갈 수 없는 기념품샵.
입장권도 사놓고 아무것도 안 들고 가기도 뭐하고...
그냥 재밌게 보고 온지라 기념하는 의미에서 마그넷 하나 구매.
으음 위에서 본 전시가 그대로 나 자신에게 겹쳐지는 듯한 기분이.
묘해지는 전시
참 기분이 묘해지는 전시였습니다.
위에서도 적었지만 대형 자본이 들어갔을 전시관.
2만원이란 결코 적지 않은 티켓 가격.
그 안에서 인증샷과 기념샷을 찍는 자신과 일행.
마지막으로 기념품까지 야무지게 챙겨 나오기까지.
이 모든 과정 자체가 전시 내용을 거스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묘한 찝찝함인 동시에 기발함과 후련함이 되어버리네요.
그런 의미에서는 확실히 생각할 지점이 꽤 많은 전시였던 거 같습니다.
가보고 볼 일이네요,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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