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근육
요즘 들어 부쩍 심리학 책만 찾고 있다. 그야 중간중간 예외는 있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심리학 책부터 읽고 만다. 원래도 어떤 책을 읽으면 비슷한 장르를 찾는 버릇은 있었지만, 이렇게 한 종류의 책“만” 찾는 건 독서 취미를 가진 이후로 처음인 거 같다.
이는 물론 나의 어떤 욕심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이전부터 멘탈이 좋지 않았다. 쉽게 휘말리고, 쉽게 절망하고, 쉽게 의심하고. 그런 식이다. 그 이유는 이전 독서노트나 일기에 수도 없이 적었으니 할애하겠지만, 그렇게 내 심리와 현행의 첫 시작 부분을 찾게 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책도 제법 괜찮은 책을 골랐지 싶다. 이전 책처럼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고, 실전적인 접근법을 제시하며, 자그마한 감정 변화도 놓치지 말라 제안해준다. 물론 그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던 건 번역서가 아니라는 점일까. 가장 처음 읽은 심리학 책은 서양 서적이라 가치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두 번째 책은 동양 서적이라 그런 것은 덜 했으나 역시 온전히 일치하지는 못하는 듯했다. 이번 책은 한국인 작가의 손만 거쳤으니, 확실히 와닿는 사례가 많았다. 물론 어떤 독서나 활용은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독자에게 좀 더 와닿을 수 있느냐는 분명 중요한 문제일 테지. 이 책이 내 마음 근육의 일부가 되었기를 바라볼 따름이다.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전략) 조금이나마 괴로운 마음들을 놓아버리고 만족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내가 찾은 방법은 아래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는 것
- 나라는 사람의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는 것
- 세상과 주위 사람을 심리학적 관점으로 보는 것
내 마음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심리학의 시선
고찰점: 1번은 잘 해내고 있다 생각한다. 잘 먹고가 제일 무난하게 해결되는 중이고, 잘 자는 것은 좀 어렵지만 노력 중이며(많이 좋아진 편이다.), 잘 쉬는 것은 아직 조금 애를 먹고 있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계속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하지만 그런 걸 모두 감안해도 1번이 제일 잘 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번은 쉽지 않지만 노력 중이다. 몇 번이고 과거를 쏟아내고 당시의 감정을 들여다 보며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 가고 있다. 물론 그런 걸 찾는다고 온전히 이해받을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세상이 아니란 것은 안다. 하지만 그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지 않을까. 다른 책에서도 말했듯이 일단 나라도 알아주는 것, 그리고 원하는 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 둘만이라도 되고 있다면 그나마 잘 돌아가는 편이라 생각한다.
3번은 쉽지 않다. 사실 내 마음도 잘 모르는 마당에 남의 마음을 잘 알 리나 있을까. 단지 조금씩 추측을 해갈 뿐이다. 이런 과거가 있었으니, 이런 걸 원하지는 않을까. 물론 다른 사람들 또한 이렇게 심리학 책을 일고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좋겠지만... 공고육으로 편입이라도 시키지 않는 한 쉽지 않겠지.
무엇이 자신을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지, 왜 얽매이게 되었는지, 이 억압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빼앗긴 결정권을 조금씩 되찾다 보면 삶에도 자유가 찾아올 것이다. 그것이 바로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내 삶의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36p.
고찰점: 무엇이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가. 내 감정을 돌아봤을 때, 그것에 이름을 붙이자면 '사랑', '애정', '신뢰' 따위가 아닐까 싶다. 중학교 때 입었던 상처, 가장 믿을 수 있었던 사람과 소원해진 경험, 깊이 믿었던 사람의 배신. 그런 것 따위가 쌓여서 '절대 의심하지 않아도 될 굳은 인연' 따위를 원해왔단 것 같다. 물론 이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부모님이다. 때문에 부모님에 내내 의존하였고, 새로운 인연이 생긴 뒤에도 줄곧 애정과 신뢰를 갈구하며 이에 목 매달 듯 행동해오지 않았나 싶다.
그걸 깨달은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타력본원이란 건 부정할 수 없다. 또 쉽지 않으리란 것도 안다. 그나마 내 안에 싹 트는 의심이 그만큼 큰 신뢰를 기대하기 때문이란 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건 행운이다. 내 목표가 '신뢰를 받는 것'이라면, 타인을 의심하는 게 그 신뢰를 더욱 멀게하는 일이란 걸 알 수 있으니까. 참 우스운 일이다. 목표를 기대하고 갈구한 끝에 되려 다가온 목표를 발로 뻥 걷어차 버린다는 게.
자꾸 불안하기만 한데 일이 바쁘면 좀 괜찮아요.
바쁘다가 곧 아프다는 말이다, 45p.
고찰점: 이건 확실히 알 거 같다. 정말로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뭐라도 하고 있으면 그나마 생각이 덜기 때문이다. 무엇이란 말 그대로 모든 것이다. 게임일 수도 있고, 번역일 수도 있고, 글쓰기일 수도 있고, 운동일 수도 있고. 단지 생각을 안 하게 되는 그런 류는 안 된다. 한 번은 메이플을 하다가 생각의 연쇄가 끊이지 않아 정말 괴로웠던 적이 있으니까. 가장 좋은 건 운동일까. 헉헉이다 보면 잡생각이 확 날아가게 된다. 이만한 게 없다.
하지만 결국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제 와서는 루틴에 가까워진 운동이지만, 결국 되돌아 보면 운동을 해서 생각을 덜기보다는 이렇게 독서와 독서노트로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게 훨씬 생각을 덜어주었다. 문제점을 직시하고 마주하는 것, 움직이는 것보다 더 빠른 길이겠지. 물론, 움직이면서 문제점까지 직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반대로 건강한 자기감이란 '나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야', '정직한 사람이야'처럼 가치관이나 철학, 신념을 가진 나를 지칭한다. 이 경우 돈이 많은 사람과 만난다고 해서 내가 부족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57p.
고찰점: 건강한 자기감이라. 굳이 내 건강한 자기감을 끄집어 보자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어나는 사람' 정도일까. 사실 바람 잘 날 없는 게 대부분의 인생이라지만, 결국 각자의 힘든 일은 자기 스스로 밖에 모를 터이다. 나도 2n년 살면서 이런저런 일을 제법 겪었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죽어버릴까 싶었던 적도 있었고,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 뻔한 적도 있었고,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며 매달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때마다 잘 일어서고 있다. 아직 (남들 보기에) 크게 넘어진 적이 없는 덕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기에 있다. 크게 넘어지면 그때는 크게 일어날 따름이라 믿고 있다.
감정 데이터 구축은 패턴화와 비슷하다. 자신이 살아온 패턴을 보면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같이 따라온다. 우리 삶은 과거에서 데이터를 모아나가는 작업의 연속이다. 이 감정 데이터는 나의 역사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 때 만족스럽고, 어떤 선택을 했을 때 불만족스러웠는지 알려주는 척도가 된다. 이를 통해 '어떤 경험과 기억이 나라는 사람을 만들었구나'라는 통찰이 생길 것이다. 이것을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내 감정을 읽는 연습, 95p.
고찰점: 사실 이 챕터는 가능하면 전부 필사하고 싶을 정도로 중요하지 싶다. 내 감정의 층위(정도)를 나누는 일, 내 감정에 이름표를 붙이는 일, 그 빅데이터를 보고 다음 선택에 반영하는 일. 이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명을 받았다. 또 가능한 선에서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아이폰 기본 건강앱에 탑재된 건강의 정신 건강 항목을 활용한 것이다.
그 앱에서는 지금 느끼는 감정의 정도를 조절하고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또 설명으로 사례도 적을 수 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기분 매우 좋음, 신나고 만적스러우며 평안함, 사유 파트너와 연애, 기록: 연인과 즐거운 통화'하는 식으로. 사실상 이 책에서 말한 게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한 때 잠깐 만져본 적은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할 줄은 몰랐기에 사실상 방치되어 있었다. 이제는 잘 활용할 때이다.
이런 대상을 외부에서 찾기 싫다면 내부에서 찾는 것도 방법이다. 바로 '관찰자 자아'이다. 사람과 동물의 차이점이기도 한데, 인간은 '나'라는 대상을 스스로 관찰할 수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명상을 할 때 눈을 감고 명상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관찰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중략) '내 마음이 그렇게 괴로웠구나', '내가 이 상황에서 이렇게 반응했던 이유가 있었구나'하고 이해해주는 것으로 내 마음속에 있는 어린아이를 안아주고 보살펴줄 수 있다.
나를 넘어트리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169p.
고찰점: 처음 읽은 심리학 책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나를 달래줄 내면 자아를 만드는 것. 내게는 리텔러였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은 나의 이상향에 가깝다. 당차고, 거리낌 없고, 어떤 일에도 굴하지 않는 작고 귀여운 소녀. 그 소녀는 지금도 내가 꺾일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있다. 자신은 네놈의 성공이지 않았냐면서.
그러나 감정의 변화를 일으켰다면 그 일은 더 이상 사소한 일이 아니다.
무엇에서든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 239p.
고찰점: 사실 이렇게 심리학 책을 읽고 나를 바로 세우는 과정에서 늘 걱정했던 게 바로 이 말이었다. '네가 얼마나 고단한 인생을 살았다고 이렇게 뭐라도 된 것처럼 글을 쓰느냐', '남들 보기에 별 거 아닌데 그걸 굳이 다 풀어서 상대를 피곤하게 만들어겠느냐' 등등의 생각 말이다. 그야말로 이 구절을 볼 때까지 그랬다. 그래, 사소한 감정이라도 아니, 사소하게 시작한 감정이기에 더욱 중요하겠지. 특히 나처럼 끙끙 앓아서 생각이 생각을 키우는 타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면 사소한 일이라도 받아 들이고 마주하여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리라. 그럼에도 누군가의 풍평이 끊이질 않는다면, 내게 주어진 선택지를 다시 돌아보면 그만이다. 그게 나의 심리적 자유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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