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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미야모토 유리코

어떤 화가의 축하연 - 미야모토 유리코

by noh0058 2023.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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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생각 없이 회장 안을 걷는 사이에 신기한 곳에 이목이 갔다. 그날 밤은 메이지, 다이쇼, 쇼와를 거쳐 환갑이 된 어떤 서양화 화가를 위해 열린 축하연이 열리고 있었다. 이 휘황찬란한 등불이 들어온 연회 자리에는 벌써 몇 년도 전부터 이름을 듣던 사람만 아니라 수많은 그림을 전시회에 올려 자기 나름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대가들도 자에 앉아 있었다.

 참석자의 무언가 특별한 의도라도 담겨 있었던 걸까.

 연회 주인공인 화가가 앉은 중앙 테이블은 온전히 가족석으로만 꾸며져 있었다. 부인, 성인이 되어 젊은 새댁이 된 딸, 그 남편, 그 외에 양복 차림의 남자아이. 혹은 아까 아내인가 싶었던 부인까지. 정좌한 화가를 두른 채 꽃으로 장식된 테이블을 감싸고 있었다.

 얼핏 화기애애한 그 광경은 주인공이 다름 아닌 화가란 점에서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고독하고 귀기마저 느껴지는 듯한 잊기 힘든 감명을 주었다.

 예술의 길을 걸을 때, 화가의 동행인이란 지금 테이블에서 난잡하고 무의미하게 소란을 떠는 크고 작은 가족들일까. 아니면 친구, 같은 시대 사람, 혹은 선후배들일까.

 가령 내가 오늘 밤의 주인공이자 몇 십 년의 화가 인생 끝에 이런 자리서 환갑을 축하받는다면 나는 전율을 금치 못했으리라.

 예술가는 고독을 두려워 않는 용기를 늘 지녀야 한다. 하지만 무서운 성질의 고독이 있음도 알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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