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카네기 인간관계론
인간 관계
인간 관계는 나의 제일 큰 약점이다. 자그마치 2n년치 약점이니 오죽할까. 주위에 벽을 치고 살던 게 불과 몇 달 전 일이고, 아예 관계를 다 끊고 도피성으로 떠나려던 게 몇 년 전 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잘 하고 있다는 인식은 없다. 요 몇 달 동안 심리학 책이나 내내 읽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랴. 나 자신의 심리나 타인의 심리를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서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끌릴만 하지 싶다. 이 책이 안 보이는 서점이 없을 정도이고, 대체 판본이 몇 개나 되는 걸까 싶어질 정도로 다양한 표지를 볼 수 있으니까. 그런 데다가 띠지나 수식어 또한 화려하다.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 제쳐두더라도, 한 번쯤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지 싶다. 심지어는 자기계발서하면 몸에서 두드러기가 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 책만은 평이 나쁘지 않으니 오죽하랴.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치는 꽤 잘 받쳐낸 것 같다. 얼핏 당연한 소리 아닌가 싶지만서도, 돌이켜 보면 실천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다. 또 하물며 흔히 보는 자기계발서만큼 뜬구름 잡거나 황당한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전에 읽은 책이 띠지로 말하기를, 그 책이 이 인간 관계론 실전판이라던가. 글쎄, 진정성으로 보나 활용성으로 보나 이 책하고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닌 진심이 묻어나는 것'이란 서술도 마음에 들었다. 도중에 이 책은 잔재주를 가르치는 게 아니다, 하는 내용도. 물론 나의 미숙함이 이걸 잔재주로 만들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 정도야 들었지마는.
단지 정론이 많은 데다가, 사연 소개가 많은지라 휘발되기 쉬운 구성인 건 아쉽지 싶다. 오래된 책이니 별 수야 있을까. 필요한 내용만 밑줄을 그어 나중에 그거만 다시 읽어보란 서문이 괜한 내용은 아니었을 테지. 그 또한 방법이긴 하리라. 판본이 많은 책인 만큼 다른 판본으로 다시 즐겨보고 싶지마는.
어찌 됐든 주기적으로 상기할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지 싶은 게 내 결론이다. 태생이 쉽게 질리는 탓에 같은 작품을(특히 책은 더더욱) 여러번 돌려보는 경우가 없는데, 이 책만은 확실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안에 담긴 인간 관계론을 잘 터득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런 책을 읽어 이 방식을 내게 써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다행인 게 하나 있다면, 내 주위엔 의외로 칭찬을 잘 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는 점일까.
카네기 인간관계론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실제로 인간의 성격이란 아무리 나쁜 짓을 하더라도 자기 자신은 제외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들 모두 마찬가지다.
꿀을 얻으려면 벌통을 걷어차치 마라, 39p.
고찰점: 꽤나 폭탄 발언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자신의 잘못을 받아 들이지 않는다니. 하기사 나라고 다르기나 할까. 당장 이 블로그에서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가. 또 그 당시의 일을 대부분은 '그땐 그랬지' 정도로만 가볍게 넘기고 있다. 가볍게 넘기고 있다? 어폐가 있을까. 때로는 자랑까지 하고 있으니 오죽하랴. 누군가 그런 내게 잘못을 지적하면 속된 말리 기분이 팍 상해버리리라. 내가 그렇다는 걸 알았다면 남에게도 적용해보면 될 일이다. 그게 어디 쉽기야 하겠냐마는.
"성공의 유일한 비결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당신의 입장과 아울러 상대방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라, 81p.
고찰점: 단순한 역지사지 조차 쉽지 않건만 이제는 상대의 이익까지 생각하란다. 이 책이 흔히 읽히면서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참 적지 싶은 순간이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역지사지란 말의 존재 그 자체일까. 각자 비슷한 개념이 존재한다는 건 대부분의 인간에게 통용된다는 뜻일 테니까. 일단 차분히 사고하는 능력부터 갖춰 보자.
"아니, 나는 엄마가 나를 정말 사랑해준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왜냐하면 내가 엄마와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엄마는 무슨 일을 하다가도 손을 멈추고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시잖아요."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쉬운 방법, 147
고찰점: 분명 언젠가 심리학 팟캐스트에서 들은 거 같다. 그 진행자는 '아예 화끈하게 해보자'며 실행 중이라 한다. 누가 말을 걸면 작업 중이라도 노트북을 탁 덮고 몸을 돌린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는 조금 도가 지나치다 싶지마는, 생각해보면 늘 폰을 보고 있을 때가 많은(특히 블로그 때문에라도) 나는 곧잘 하는 실수였다.
불과 며칠 전 데이트 때에도 (아마 무언가 필요한 이유가 있어 조작하고 있었다 믿고 싶지만) 아주 잠깐 이랬던 기억이 난다. 반성하고 고쳐야 할 일이다. 사실 핸드폰 자체를 꺼내지 않는 게 제일이고, 이 역시 실천하고 싶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완전히 놓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핸드폰이나 무언가를 하고 있더라도 말을 걸면 상대방을 돌아보자. 지금이라도 기억해두면 된다.
"집 사람과 나는 오래전에 조약을 하나 맺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조약을 지켜왔습니다. 한 사람이 소리 지르면 다른 사람은 무조건 잠자코 듣기로 하는 일 말입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 모두 고함을 지르게 되면 대화는 없어지고 단지 싸움과 분노만 남게 되니까요."
논쟁을 피하라, 195p
고찰점: 생각해보면 미러링이란 게 참 피곤하다. 상대가 벌컥 화를 내면 나도 화가 나기 마련이고, 내가 화가 나면 상대도 벌컥 화가 나기 마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쪽이든 화를 꾹 눌러 담고 잠시(6초 가량이라던가?) 기다려야 한단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나는 따라 화 내지 않으려 하고, 먼저 화를 내려 하지 않고 싶다. 얼마 전에 실패하여 가족들하고 대판 싸우기야 했지마는.
그렇다면 최소한 상대가 벌컥 화를 낼 때에 미러링 하지 않는 법이라도 잘 새겨두고 싶다. 책에서 나온 말 중에 제일 와닿은 건 '화를 낼 정도로 나에게 진심이다' 정도일까. 하기사, 상대가 나를 정말로 피하고 싶은 상대로만 여기면 괜히 화를 내고 그걸 표현할 이유도 없으니까. 당장 차단 당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히 여기며 6초 정도 기다려보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비난받을 일이 있으면 먼저 스스로를 비난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듣느니 스스로 내면의 자기 비판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 훨씬 쉽지 않을까?
자기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상대가 할 말을 먼저 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상대는 아무 할 말이 없어진다. 십중팔구 상대는 관대해지고 이쪽의 잘못을 용서하는 태도로 나올 것이다. 나와 렉스를 용서한 경찰관처럼.
잘못을 했으면 솔직히 인정해라, 216p.
고찰점: 이 책이 진~짜 실천하기 쉽지 않구나 싶었던 게 바로 이 지점이다. 책의 초반부에서 우리를 비롯한 모든 인간이 자기가 나쁜 짓을 해도 자신을 방어하고 변호한다 해놓고, 정작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니! 그렇다면 무엇인가, 다른 인간보다 한꺼풀 벗어나야 비로소 인간 관계가 잘 풀린다는 말일까.
틀린 말은 아닐 테지. 인간관계란 게 그렇게 쉬웠다면 누구나 리더요, 누구나 좋은 가장이었을 테니까. 그나마 위안인 건 이 잘못 인정의 효과가 나 자신이 용서 받는 일로도 이어진다는 점일까. 물론 이마저도 상황과 시대를 가릴 거 같다는 건 참 아쉬운 일이다.
이런 경우 '그러나'를 '그리고'로 바꾸어 말한다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자니야, 이번 학기에 성적이 올라 네가 정말 자랑스럽구나. 그리고 다음 학기에도 꾸준하게 열심히 노력한다면 산수 성적도 올라갈 것으로 믿는다."
미움을 사지 않고 비평하는 방법, 308p.
고찰점: 다 좋은데 책이 오래 된 데다 번역본이다 보니 당최 이 책안에 담긴 말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감이 안 잡히기도 하다. 애당초 책에 나온 말투를 흉내낸다는 시점에서 진심이 묻어나오지 않는 것일 수도 있으나, 흉내는 늘 창조의 첫 걸음이지 않은가. 평소 말투에 잘 접합시켜 봐야겠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할 때 다른 사람들로부터 항상 우호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원칙을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 방법을 사용하는 편이 다른 사람의 태도를 바꾸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방법으로 10퍼센트라도 성공을 거둔다면 당신은 현재보다 지도자로서 10퍼센트 더 유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협력하게 만들어라, 357p.
고찰점: 아마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말일 테지. 그야 이 책 하나 읽는다고 모든 관계가 술술 풀리란 건 너무 꽃밭 같은 생각이리라. 그럼에도 중요한 건 활용해보려는 자세일 테지. 적어도 이 책에 담긴 원칙 중에 내 마음에서 어긋나는 건 없었으니까. 나 또한 칭찬을 받고 싶고, 인정을 받고 싶고,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