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심리학이 불안에 답하다
독서 습관
이전에도 한 번 이야기한 거 같지만, 무언가 관심이 가는 게 생기면 그쪽 분야 책만 읽는 게 내 나쁜 버릇이다. 이번에는 심리학 관한 책일까. 첫 번째 책은 심리학 책인 줄 모르고 읽었지만, 꽤 진지하고 알기 쉬운 접근이었기에 비슷한 심리학 책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물론 연속으로 내내 읽어서는 뇌가 지치기에 서너 번째 책은 좀 뒤로 미룰 생각이지마는.
사실 이 습관이 썩 좋은 거 같지는 않지만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책마다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면 '아, 이게 전문가들 사이에서 정말로 공인을 받은 이야기구나' 싶어지기 때문이다. 이전 책과 이번 책이 이어지는 건 애착 관계나 심리의 언어화, 객관화 등일까. 요는 내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인지하는 게 중요한 모양이다.
책을 보고 나서 실천을 노력해보고 있는데 이게 쉽지 않더라. 그야 연인이야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항상 크고 작은 긴장 상태에 있으니 이게 쉽더라. 한 번은 뭔가 서운한 일이 있었는데 2차 감정으로 넘어가지 않고 1차 감정만을 온전히 전하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가족이다. 얼마 전에도 또 아빠와 싸웠다. 물론 나 스스로도 '싸웠다'라 할 정도로 일이 큰 건 아니란 건 알지만... 어김없이 2차 감정을 드러내고 말았다.
하기사 어디 한두 번으로 그게 쉽게 될까. 다행인 점은 이전 책도 이번 책도 꽤나 실전적이고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서너 권, 또 한 번 트기 시작했으니 자유롭게 손에 집을 갖은 심리학책으로 극복해 나가면 될 일일 테지. 당장은 좋은 책을 만났단 사실에만 감사하자.
심리학이 불안에 답하다
그런데 불안이라는 감정이 생기면 그때서야 우리는 자아를 감지하고 과거를 다시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보게 된다.
당신의 불안 수준은 '적정 불안'인가?, 20p
고찰점: 확실히 불안에는 그런 속성이 있다. 자신의 위치를 탐색하고 자신이 무엇을 바꿔야 이 불안에서 탈출할 수 있는지 찾아보는 힘이. 물론 그런 걸 인지하고 찾아내는 건 사람 하기에 달린 듯 하지마는, 다행히 이 세상에는 좋은 책이 많으니 점검하는데 등을 밀어주거나 힘을 더해줄 수는 있으리라.
미래의 나를 상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래의 '나'를 이용해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성장의 힘을 믿어 보자.
5년 후 또는 10년 후 내가 맞은편에 서있다고 상상한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가 직면한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행동을 할까? 실력을 갈고닦아 한층 성장한 미래의 나는 자신감과 에너지가 넘칠 것이다.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와 함께 곤경을 이겨 낼 수 있다고 믿어 보자.
불안은 자기 의심에서 온다, 35p
고찰점: 사실 '미래의 나'는 내가 자주 몽상하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미래의 나는 왜인지 항상 강단 위에 서있다. 직함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의 결합체이다. 번역가이자 소설가이며, 인터넷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별로 대단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어쩌다 이렇게 살고 있는지, 어떤 곤혹을 어떻게 해결 했는지, 내가 내 결과물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렇게 말하는 나는 늘 깔끔하게 차려 입고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있다.
그런 녀석이 새삼 10년 전의 나를 봤다고 표정을 바꾸고 얼굴을 찌푸릴 리나 있을까. 괜히 맞아 이랬지, 하면서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줄지 모를 일이다. 내가 지금 10년 전의 나, 갓 고등학생이 된 나를 보면 분명 귀엽고 우스워서 참기 힘들 것처럼. 그러면서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아마 새로운 환경에 쉽지 않을 거야, 그치만 어떻게 이겨내 이렇게 됐네"하고. 지금의 나도 할 수 있는 말일 테니까.
(전략) 기억하기 쉽도록 '3W2O' 법칙이라고 부르면 편하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감정이 쉽게 유발되는 일을 명확히 인지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할 수 있다.
What: 내가 왜 그럴까, 어떤 감정에 놓였는가?
Why: 이유는 무엇인가? 무슨 일이 발생했는가?
wish: 내가 필요한 것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How: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Outcome: 결과는 무엇인가?
감정이 안정된 사람은 신뢰를 준다, 70p.
고찰점: What: 내가 느끼는 건 불안이다. 내 주위 사람들과 그 아이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 Why: 그 이유는 내 어릴 적 상처와 가까웠던 친구의 배신 때문이다. wish: 내 바람은 그 아이와 잘 지내는 것이다. How: 나 스스로의 불안을 떨쳐내고 온전한 모습으로 마주해야 한다. Outcome: 나의 성장을 이뤄내며 좋은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
Outcome은 아직 바람의 영역일지 몰라도, 해나가면 언젠가 이르리라 믿는다.
WOOP는 '소망', '결과', '장애물', '계획'의 약자로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다.
1. 소망: 실현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적고 시간을 설정한다.
2. 결과: 소망을 실현한 후의 만족스러운 상황을 상상한다. 명확할 수록 좋다. 그 상황을 직접 글로 쓴다.
3. 장애물: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나열한다.
4. 계획: 나열한 장애물을 '만약에', '그렇다면'의 방식에 하나하나 적용한다.
감정이라는 이름의 코끼리, 99p.
고찰점: 소망: 1년 이내에 뱃살을 줄이고 55kg까지 감량한다. 결과: 건강 상태가 좋아지고 옷의 맵시가 좋아진다. 또 하나의 성공 경험이 되어 다른 도전에 큰 영향을 준다. 장애물: 다른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소홀히 할 수 있다, 벌크업이란 핑계로 먹는 것에 느슨해진다. 계획: 일을 끝낸 후의 보상으로, 다른 취미(영상 감상, 음악 감상)과 병행한 운동을 한다. 먹는 것에 느슨해진다면 먹어도 괜찮은 것(닭가슴살)을 집에 구비한다.
위의 3W2O도 그렇고 WOOP도 본래는 꾸준히 해야 하는 성질의 존재이리라. 또 가능하다면 실제로 계속 이어가고 싶다. 마음처럼 쉽지 않으리란 건 알지만, 기왕 생각난 김에 메모에라도 남겨두자.
긍정적인 꼬리표가 붙었을 때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부정적인 꼬리표가 붙었다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즉, 꼬리표를 붙이면 그 꼬리표가 암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유도된다.
긍정 꼬리표는 붙이고, 부정 꼬리표는 떼라, 152p.
고찰점: 블로그에 나에 관련된 글(일기도 그렇고, 독서 노트도 그렇고, 리뷰도 그렇고)들을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부정적인 꼬리표를 많이 붙이는 편이다. 게으르고, 꾸준히 못하고, 멘헤라고, 금세 우울해지고. 하지만 이제는 나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꼬리표도 붙이고 있다. 그건 바로 '극복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내게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인 만큼, 내게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극복해냈고 지금 이곳에 있다.
지금도 내가 붙인 꼬리표인 멘헤라 기질을 고치기 위해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해낼 수 있으리라 믿고 싶다. 아니, 믿고 있겠다. 이건 전적으로 과거에 동생이 해준 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오빠는 회복 탄력성이 좋으니까'. 그때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좀 알 것도 같다.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떤 일에나.
아주 훌륭한 소통 방식이 있다. '나'라는 단어를 넣고 생각을 말하면 상대방은 비난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넌 이제 더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보다는 "나는 요즘 우리 사이가 조금 멀어진 것 같아. 그래서 나에 대한 감정이 변했는지 걱정돼"라고 말해보자. 당신이 생각과 해결책을 이야기할 때 상대방이 당신의 말을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안정적인 애정관계, 245p.
고찰점: 직전에 읽은 책에서도 소개된 방식이다. 당시엔 왜인지 발췌를 잊은 듯하지만 뭐 아무렴 어떨까. 중요한 내용이란 걸 다시 한 번 상기했단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실생활에 넣어보려 노력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이 내용은 다른 책에도 꾸준히 나오길 바란다. 줄곧 상기할 수 있도록.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지 말고 추진해야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많은 사람이 지나칠 정도로 불안해한다. 잘 해내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실패할까 봐 걱정해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도전한다면 설령 실패로 끝나도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
불안과 작별하고 행복해졌습니다, 284p.
고찰점: 도전이란 게 대단한 걸까. 무언가 막막한 게 있다면 도움이 될만한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짚으며 사유의 크기를 넓혀 가는 것. 그것도 충분히 도전이라 부를만 하겠지. 지금 이 독서들도 그렇다. 괜히 불안만 품은 게 아니라 서점으로 옮겨서 무언가 방도를 찾았다. 오늘은 그 도전을 한 과거의 나에게라도 감사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