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독서노트] 백만 번 죽은 고양이 ~착각한 제목 모음집~

noh0058 2023. 5.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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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관한 책

 

 일전에 한 번 책을 고르는 법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제목이 재밌어 보이고, 표지가 이쁜 책. 이 책이 바로 그랬다. 비싼 돈 주고 옆나라까지 가서 한가하게 책을 고르고, 직구하면 편할 걸 구태여 손에 들고 올 정도로는. '백만 번 죽은 고양이'와 귀여운 표지. 그리고 첫 페이지에 써져 있는 제목의 재미난 진상까지. 오, 이건 당연히 읽어봐야지 싶을 수밖에 없다. 그런 주제에 다른 책 읽으랴, 이런저런 일 하느랴 읽는 건 굉장히 늦어져 버렸지마는.

 일단 재밌는 사실 두 가지를 이야기해 볼까. 하나는 이 책부터가 '책의 제목'에 관한 책이란 점, 그리고 또 하나는 사실 '백만 번 죽은 고양이'는 오류란 점이다. 사실 시중에는 이미 이 책과 굉장히 비슷한 이름의 책이 존재한다. 바로 ‘백만 번 산 고양이’가 그렇다.

 “뭐야, 의미가 정 반대가 됐잖아? 왜 멀쩡한 고양이를 죽여? 웃기네.“ 싶을까. 만약 그런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이미 이 책의 매력에 걸린 셈이다. 그래, 이 책은 ”잘못 안 책의 이름“을 모아 둔 책이니까. '진격의 거인'을 '충격의 거인'으로. 카프카의 '변신'을 '변태'로. '1 리터의 눈물'을 '100 리터의 눈물'로 착각한 도서관 이용자들의 사례를 모아놓은 것이다.

 단순한 한자 착각부터 글쓴이와 희미한 제목만을 갖고 찾아 오는 손님까지, 그런 '실수'의 사례를 보면 재밌는 한 편으로 "음, 확실히 착각할만 하네." 내지는 "나도 이런 식으로 책을 찾은 적이 있었지."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실질적인 내용 자체는 착각한 제목과 원래 제목, 그리고 그에 따른 사서분의 코멘트가 적힌 가벼운 구성이나 덕분에 템포 좋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단순히 그런 재미난 실수만을 모아놓은 책은 아니다. 앞뒤로는 도서관 사서가 맡은 레퍼런스(국내에선 어떤 용어로 부르는지 모르겠다마는.)가 무엇인지가 적혀 있다. 이렇게 잘못되거나 희미한 정보만을 찾아 온 이용자를 대상으로 대화와 경험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사서의 역할이란다.

 확실히 도서관 사서하면 이미지가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단순히 카운터에 앉아서 책 빌려주고 책 찾아주는 사람, 정도로만 여겼다. 그러나 이 책 덕분에 사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분들이 어떤 직업 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아직 정발은 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사실 책이 꽤 마음이 든 덕에 생각 같아서는 아예 내가 번역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남이 맡긴 번역만 해왔지 자주적으로 출판 기획서 한 번 써보지 않은 처지지 않은가. 이 참에 관련 정보라도 찾아볼까 싶다.

 정발되지 않은 책인 만큼, 책이 어떤 느낌인지 소개하기 위해 일부 재밌었던 사례를 발췌해 실어본다.

 

백만 번 죽은 고양이 ~착각한 제목 모음집~

 

 

Q: '부들부들(ぶるる)'인가 하는 여행 가이드북은 있나요?
A: '루루부(るるぶ)'라면 저쪽에 있습니다.
"저 손님 지금 '부들부들'이라고 했지?", "네, 그랬어요." 저희 도서관의 분관에는 한 카운터에 두 명의 직원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잘못된 제목을 들은 두 분이 그후, 이런 대화를 나눴다는 기록이 남아 있네요. 저도 모르게 곱씹을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던 거겠죠. 따듯한 지역 특집호였다면 위화감이 장난 아니었겠네요.

 

Q: 블레이드 러너 있나요?
A: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라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책을 찾기 위해서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이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라는 걸 알고 있어야겠지요. 단순 장서 검색으로는 절대 찾을 수 없으니까요. 한편, 저희 도서관은 소장하고 있지 않지만 '블레이드 러너'란 소설도 존재해 제목은 이쪽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성가십니다!
Q: 미야켄 있나요?
A: 미야자와 켄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건 대학 도서관 사서분이 제공한 사례입니다. 질문한 건 아마 대학생일 테지요. 젊은이 특유의 무엇이든 줄이는 문화가 드러난 격일지 모르겠습니다. 혹은 저희가 모를 뿐이지 통용되는 호칭일까요. 미야자와 켄지를 줄이는 발상은 해보지 못했네요.

 

Q: '인생이 정리되는 두근거림의 마법'을 찾고 있습니다.
A: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이라면 있습니다.
인생을 정리한다니 뭔가 뒤숭숭한 분위기네요. 수납이나 정리술은 대여가 많은 장르입니다. 개중에서도 세계적인 스타 KONMARI의 저서는 특히 유동량이 많네요. 또 '콘도 씨가 쓴 정리술책'으로 문의하시면 이 분야에 또 한 명 콘도 성씨를 쓰시는 유명 작가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레퍼런스 서비스란 사서가 도서관의 자료를 사용해 이용자 여러분의 조사 및 연구를 돕는 일입니다. 자료 안내에 더해 찾으시는 정보에 연관된 기관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술적 문의만 아닌, 좀 더 가깝고 친근한 사안에 대한 조사에도 물론 대응하고 있습니다.
(중략)
"'수술은 했지만 목 아래가 움직이지 않습니다'란 책을 찾고 있는데요...
이럴 때에는 일단 이용자분께 질문을 합니다.
"어떤 책인가요?"
"어디서 책에 대해 아셨나요?"
"일본 책인가요?"
"새로운 책인지 오래된 책인지 아시나요?"
이런 일련의 대화를 레퍼런스 인터뷰라 부릅니다. 레퍼런스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죠.
(중략)
레퍼런스 인터뷰 과정에서 이용자 스스로 정보를 떠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 사서에게 물어보는 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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